케인스, 리카도, 맬서스, 맑스 2017/01/26 14:29 by 장딸

오래전에 어느 경제학 책에서 스키델스키의 케인스전기를 여러번 인용한 것을 보고 그 책이 너무 보고싶었는데 국내에는 나와있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그 책의 완역본이 드디어 나왔다는 이야기에 바로 손에 넣었는데 와..대단한 책이었다. 

재미있게 읽어가다가 종종 당시의 경제상황과 케인스의 이론에 대한 대목에서 헷갈릴 때가 있었다. 그럴때 스키델스키가 케인스의 원저에서 인용한 문구를 보면 아...이해가 되곤 했다. 스키델스키의 설명도 나쁘진 않았지만, 역시 저자직강.이란 말이 절로 나왔다. 그 원저 중 하나가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이다. 케인스의 글발은 또 어찌나 좋은지.

오늘에서야 그 책을 읽는다. 번역자 조순씨의 글, 케인스의 서문, 그리고 책 도입부부터 빵빵 날려준다. 후학들이 정리하고 요약한 책들도 많지만은, 역시 저자직강. 이렇게 좋은 책을 2900원에 팔다니 <올재 클래식스> 넘나 훌륭하다....비봉출판사에서 1985년 처음으로(자본론처럼) 국내 번역본을 냈다는 대목에서 또 반가움.. 

책의 도입부에서 케인스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고전파는 두 개의 기본공준 위에 서 있는데 그 중 두번째, 기업주와 노동자들의 교섭이 실질임금을 결정한다는 가정은 개소리다.(라고 나는 이해했다) 노동자는 그 자신의 실질임금을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 오히려 그런 수단이라고는 '전혀 없을 수 있다'. 이것이 나의 주장이다. 이 대목에서 박수를 쳤다. 케인스가 아래 서문에서 밝히길 이 책은 '낡은 관념에서 벗어나는 과정'이라고 했는데 책 시작부터 제대로 날린 것.

주석에 달린 리카도가 맬서스에게 쓴 편지를 보다가 둘의 입장차이가 헷갈려 또 다른 책을 꺼냈다. 이럴때마다 꺼내보는 백하우스의 '지성의 흐름으로 본 경제학의 역사'. 리카도가 맬서스에게 말한 것은 이런 거였다. 맬서스야, 너는 부의 총량과 근원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정치경제학은 비율의 문제(즉 분배)란다. 자본론에서 맑스가 리카도의 노동가치론을 긁은 대목이 잘 이해되지 않았는데 여기서 또 이해했다. 가치와 가격은 분명히 다르고 리카도는 거기서 꼬투리를 잡혔다. 리카도가 노동가치론을 도입할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공장이 생기며 공산품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등등.

....이 책은 이제 모든 사람들이 중요하다고는 생각하고 있지만 잘 읽지는 않는 책, 즉 고전이 되었다. 이 책을 읽지 않아도 박사 학위를 받고, 논문을 쓰고, 교수가 되는 데 별 지장이 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이 책은 경제학도라면 언젠가는 정신을 가다듬어 재삼 정독해야 할 기본서이다....나는 언어가 빈약한 나라에서는 좋은 학자가 나오기 어렵다고 느낀다. 그런 의미에서 영국의 학자들은 처음부터 복을 잘 타고난 사람이라고 보아왔다. 애덤 스미스나 J.S. 밀 또는 케인스를 읽을 때마다 그들이 구사한 말의 높은 수준을 재삼 음미하고 그들의 사상이나 논리도 그들의 언어와 무관하지 않다고 항상 느끼고 있다....2007년 12월 10일 조순, 한글개역판 서문

....사람이 오랫동안 혼자서 사유할 때 일시적으로나마 극히 황당한 것까지도 믿어버리게 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이 책을 만드는 일은 저자에게 있어서는 기나긴 탈출의 고투-사고와 표현의 습관적 양식으로부터의 탈출의 고투-였는데...어려움은 새로운 관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대부분이 자라온 방식과 똑같은 방식으로 자라온 사람들에게는, 마음의 구석구석까지 침투되어 있는 낡은 관념으로부터 탈출하는 데 있다. 1935년 2월 13일 케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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