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2017.01.05 Aida 2017/01/06 14:05 by 장딸

후배를 만났다. 식당에 먼저 들어가 닭도리탕을 시켜놓고, 술도 먼저 시켜 먹고 있을까 하다가 기다렸다. 오랜만에 본 후배는 반가웠고, 그간 나누지 못한 이야기들을 했다. 자기 자리에서 참 열심히 살고 있는 친구.. 후딱 술을 먹고 노래방으로 갔다. 여덟시 반에 들어가니 영업시작 전이었는데 둘이 들어가서 참 재미나게도 놀았네. 월초 업무가 많은 동네라, 이날은 일찍 헤어졌다.

다음날 아침, 정신못차리고 누워있다가 헐레벌떡 일어나 신사역으로 달려갔다. 이날은 또다른 직장후배를 만나기로 한 날이었다. 타이음식점에 들어갔는데 이친구나 메뉴를 네개나 시키더니 맥주도 먹자고 했다. 나야 좋지!! 그래서 평일 점심, 여자 둘이서 한상 차려 맥주를 먹으며 신나게 이야기를 나눴다. 어제는 싱글의 고충을 함께 했다면 이날은 워킹맘의 고충을 나눴다. 지금도 여전한 워킹맘의 고단함.. 그래도 다들 참 씩씩하게 살아낸다. 대단하다.

헤어지고 나서 책방을 찾아보니 강남역쪽에 중고책방 두개가 붙어있다. 이게 왠 떡인가. 예스24와 알라딘이 있었는데 한번도 가보지 않은 예스24 중고서점을 택했다. 컨셉은 알라딘과 거의 같고 커피는 팔지 않는다. 일단 합격점. 앉아서 이런저런 책을 보다가 빌 브라이슨의 책에 정착했다. 신부님, 신부님 우리 신부님은, 원래 전집을 사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여기서 1권부터 보니 감흥이 덜한 판들도 있어서, 나중에 몇권만 따로 살까 하기로 했다. 빌 브라이슨의 영국여행기 책을 보다가 결국은 사들고 나왔는데 알고보니 남편이 이미 이사람의 책을 몇권 사놓았다고. 주제도 참 다양하게 쓰는 작가였다.

퇴근한 남편과 마장동박현규 식당에서 만났다. 식당이야기는 별로 쓰지도 않고 음식사진도 올리지 않는데 이곳은 다르다. 아이들이 없는 주간, 둘이 하는 외식으로 흡족하게 이곳에서 고기를 먹고 잠실로 이동했다. 샤롯데에 들어가니 오늘의 아이다는 점심에 만난 후배가 이야기한 그 친구였어서 인연에 놀랬다. 세상은 원래 랜덤인데 그 랜덤 가운데서도 만들어지는 우연이 신기하다. 

뮤지컬은 어쩌다보니 웬만한 건 다 보게 되었는데, 그중에서도 아이다는 그동안 한번도 볼 생각을 안 했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옥주현이 땡기지 않아 아예 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한데 이번에는 남편이 엘튼존과 팀라이스 콤비니까, 한번은 봐야겠지 않냐기에 마지못해 따라갔는데 오늘의 아이다 장은아는 아주 멋졌다. 캐릭터 자체가 멋지기도 했지만 옥주현이었으면 아마 몰입이 안됐으리라 예상해본다...지난번 엘리자베쓰의 타격이 너무 큰건가... 하지만 엘튼존의 것이라기엔 그렇게 귀에 들어오는 음악은 아니었고, 1막 엔딩곡(The god loves Nubia)을 제외하고는 그저 그랬다. 남성 군무를 애써서 강조한 것 같았는데 나쁘진 않았지만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 최고의 남성무는 빌리 엘리엇의 Grandma's song에 나오는 군무...연기처럼 사라져버리는 군무...

발레 스파르타쿠스를 보면서 깨닫게 된 건데, 치렁치렁하고 휘황찬란한 공주들의 드레스보다 더 멋진게 노예의 복장이었다. 그냥 캐미솔같은 것 하나 걸치고 있는데 그게 그렇게 이쁠 수가 없었다. 그걸 입은 연희자들의 떼군무도 마찬가지. 어제 본 아이다에서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여담으로, 스파르타쿠스는 공산주의 국가인 소련에서만 올라오고 서양국가에서는 한때 금기시되었다는데, 극을 보면서 이해하게 되었다. 정확한 내용은 차후에 책에서 발췌하고 보강...

어쨌거나 전체적으로 봤을 때 볼만한 작품이었다. 음악이 확 임팩있지도 않았고 군무도 그러했지만 스토리 자체가 괜찮았다. 아이비가 맡은 암네리스 공주역은 처음에 비호감으로 나와서 끝까지 그렇게 평면적으로 가는 진부한 캐릭터이겠거니 했는데 중간에 서서히 변해가서, 그 점이 좋았다. 다만 이 작품을 보면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1'을 떠올리게 되었는데, 사연은 이렇다.

얼마전에 토이스토리1을 아이들과 함께 보다가 시대가 변했음을 깨달았다. 바비 인형들이 몸매를 강조하는 섹시댄스를 추고, 공주인형은 조신한 태도를 보이다가 군사인형에게 키스를 해준다. 지금으로 봐서는 굉장히 불편한 여성성이 그 당시에는 아무 문제의식없이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있었다. 지금은 디즈니도 변한 세상이다. 슈렉에서 못생긴 공주가 나왔고 겨울왕국에서는 못생긴 왕자마저도 필요없는 나홀로 여왕이 나왔다. 이런 시대에 토이스토리1을 보니 느낌이 확 다른 것이다. 한데 이것은 뮤지컬도 마찬가지다. 내가 이때껏 본 대부분의 뮤지컬에는 노출한 여자들이 떼로 나와 춤추는 '쇼' 대목이 꼭 나온다. 무슨 공식처럼. 내가 좋아하지 않는 뮤지컬은 그 중에서도 저 대목이 심화된 작품들이다. 미스 사이공에서는 사창가의 창녀들의 쇼가 나오고 국내 창작물들에서도 저 공식은 꼭 지켜진다. 하다못해 '그여름 동물원'에도 김완선이 저 공식에 투입되어 나온다. 어제 아이다에서도 공주와 시녀들이 샤워타월을 몸에 두르고 목욕하는 씬이 나와서 그걸로 끝인가 했는데 패션쇼를 하는 씬이 또 나와서 시간 아깝다....고 혼자 되뇌었다. 토이스토리1을 보는 기분이었다.

그것을 제외하고는, 괜찮았다. 특히 아이다 역을 맡은 장은아는 캐릭터도 멋졌고, 노래와 연기도 좋았다. 눈여겨 봐놨다가 다음 작품도 볼까 싶다. 
  

덧글

  • 블루 2017/01/12 12:56 # 답글

    저는 어제 아이다를 처음봤는데 공연에 대해 느끼신 부분이 저랑 비슷해요. 전체적으로는 볼만 한데 뭔가 크게 '이거다!' 싶은 건 없었거든요.
  • 장딸 2017/01/26 14:05 #

    저만 그런게 아니었군요! 저도 딱 그랬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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