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2016 스파르타쿠스, 국립발레단 2016/08/27 21:20 by 장딸

표를 어렵게 구했다. 무더웠던 여름밤, 자다가 깨서 국립극장 사이트에 접속하니 표 한장이 갑자기 떠있었다. 그 한장이 없어질까봐 급히 로그인을 하는데, 결제를 하려면 크롬이 아닌 익스플로러로 가야겠지. 익스플로러를 새로 띄우고 국립극장을 쳤다. 띄워준대로 갔는데 회원가입이 안돼있다고 한다. 이상하다... 예전에 분명 회원가입을 했는데 중얼거리며 휴대폰인증을 몇번이나 받아가며 회원가입을 했다. 하고나서 보니 국립극장이 아닌 국립극단이다. 익스플로러의 기본검색엔진인 Bing이 국립극단을 뱉어준 것이다. 물론 나는 국립극장을 쳤고. 국립극장의 인터넷 홈페이지도 상상을 초월하는 비효율사이트라, 결국 Bing과 국립극장의 콤보에 나는 정신을 잃을뻔했으나... 정신을 가까스로 차리고 다시 찾아들어가니 다행히 그 한장이 아직 남아있어서 결국 예매에 성공했다. 사연이 너무 길었다. 이제 공연이야기를 하자.

결론은, 정말 좋았다. 작년이었나, 슈트트가르트의 포겔이 왔던 백조의 호수를 보고 많이 실망을 했었다. 그 직전년도 백조가 너무 좋았어서 실망이 더했다. 그 일로 국립발레단에의 애정이 꽤 식었고, 강수진단장의 은퇴공연 '오네긴'만 챙겨보았다. 그리고 이번 공연이 처음인 것이었다. 한데 애정도가 다시 상승했다. 깎여진 것보다 더. 어딜 내놔도 남부럽지 않은 발레단이란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 런던에서 본 로열발레단의 공연보다 오늘의 것이 더 좋았다 싶을 정도였다. 

1막의 남성군무는 정말이지 힘이 넘쳐서, 그시각 그들을 제외한 서울시민들의 운동에너지를 다 합쳐도 저들에 미치지 못할것 같았다. 그리고 저 숫자만큼의 남성무용수를 갖춘 것만 해도 국립발레단이 얼마나 큰 것인가, 생각했다. 과거에 스파르타쿠스를 보기 힘들었던 것에는 그 이유도 있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그리고 가장 좋았던 것. 여성무용수들. 특히 스파르타쿠스의 부인인 프리기아 역을 맡은 박슬기. 아....너무 예뻤다. 김주원씨나 김지영씨 등 국립발레단의 프리마돈나들을 쭉 봐왔지만 지금까지 본 주역 중 제일 예뻤다. 여기서 예쁘다는 것은 얼굴이나 그저 몸매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다리의 근육과 발란스, 몸이 어쩜 그럴 수 있는가. 어떤이는 너무 말랐다는 생각이 들고 또 어떤이는 키가 좀 더 컸으면, 조금씩 아쉬운 면이 있었는데 오늘은 그냥 덕통사고를 당했다. 국립발레단의 공연을 여러번 봤으니 분명 어디선가 봤을텐데, 오늘에서야 이름을 외우고 각인시켜둔다. 박슬기씨 외에 다른 여성무용수들도 모두 다 좋았다. 전체적으로 기량이 올라갔다는 느낌을 받았다. 강수진 단장이 오기 전보다는 확실히 좋아졌다.

포겔이 실망이었던 이유는, 그렇게 잘한다는 무용수인데 한국 무대에서는 설렁설렁한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백인남성으로서 그렇게 좋은 신체비율로 대충 뛰고 만 포겔보다, 오늘의 스파르타쿠스가 백배 더 멋있었다. 그들만큼 기럭지가 길지 않아도 정말 열심히 뛰고 돌았다. 다음달에는 유니버설 공연에 페리가 온다고 하는데, 국립이든 유니버설이든 아무리 유명하더라도 대충 뛸 사람이면 차라리 한국무용수들을 세우는 게 낫다 생각한다.

하여간 오늘은 남성, 여성 주역들 모두 최고였다. 강수진 단장의 오네긴 다음으로 이것이 등극하지 않을까 싶다.
발레는 여리여리한 것이 아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힘과 에너지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아하게 되었고, 직접 하게 되었다. 이제 2년 3개월차에 들어가는데, 요즘 매너리즘에 빠져 나야말로 설렁설렁하고 있다가 오늘 정신을 차렸다. 제 2의 발레라이프를 시작하기로 한다.

+ 아이러니한 것. 역대급 공연을 단 삼만원에 보았다. 갑자기 뜬 표를 잡느라 보지도 않고 바로 결제를 눌러서 금액도, 좌석도 못봤는데, 나중에 보니 3만원인 것이다. 안좋은 자리구나...하고 자고 일어나 다시 확인해보니 3만원이 가장 최상급 자리였다. 앞에서 네번째줄, 좌/중간/우 중 센터에서 보았다. 아마 '국립'극장에서 하는 '국립'발레단이라 보조금혜택이 있는 것 같다. 정말 마음에 들었다. 오케스트라 없고 mr 깔아도 된다. 그렇게 해서 발레를 모르던 사람들도 쉽게 겪어볼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3만원짜리 공연이라고 아무거나 막 올리는게 아니라 오히려 역대급이 나와서 더욱 좋았다. 실은 처음에, 가격이 이전의 다른 공연처럼 차라리 비쌌으면 표를 좀 쉽게 구할 수 있었을텐데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그 생각을 회수했다. 그리고, 이 글의 첫 포스팅을 마치자마자 네이버 발레카페에서 표한장을 또 낚아챘다. 박슬기가 내일은 정반대의 색깔인 팜므파탈 예기나 역으로 나온다 해서 또 보고싶어서 서칭하던 중에 극적으로 양도하겠다는 글이 뜬 것이다. 좋아하는 나를 보고 남편이 '나는 안되겠지?'라는 눈빛을 보내기에, 그를 보내주기로 한다. 현장에 가서 한장을 더 찾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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