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2016/07/26 09:23 by 장딸

뇌건강을 놓고 보자면, 100년 전 아이들이 전염병에 취약한 만큼이나 오늘날 아이들도 이 문제에 취약하다고 할 수 있다.

이 극악무도한 참극의 배후에 있는 불편한 진실은, '좋은 가정'에서 걱정없이 자란 수줍음 많고 호감 가는 젊은 이가 그 주인공이라는 것이다. 톰과 나는 텔레비전 시청과 설탕이 많이 든 시리얼 섭취를 제한하는 적극적인 부모였다. 아이들이 볼 영화를 골라주고 책을 읽어주고 기도를 하고 안아주면서 아이들을 재웠다.

콜럼바인 사건 이후에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다가와 자기네 이야기를 들려주고 숨겨왔던 고통을 털어놓았다. 그런데 이른바 '완벽한 아이들' 이야기가 무척 많아서 놀랐다. 과학박람회에서 상을 받고, 육상대회 메달을 휩쓸고, 최고의 음악학교에서 전액 장학금을 받은 아이들.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뚜렷한 징후가 나타난 경우도 있었다. 성적이 떨어지고 성생활이나 약물에 탐닉하고 위법행위를 저지르기도 했다. 그렇지만 워낙 빛나는 아이들이었기 때문에 부모의 레이더를 피할 수 있었다. 다른 분야에서 능력이 탁월한 만큼 부모가 자기들의 끔찍한 고통을 보지 못하게 숨기는 일도 잘했다.

딜런이 고등학교 운동부 활동을 못하게 된 것은 실망스러웠지만, 영구적 부상을 입힐 수 있는 운동을 계속하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나중에는 가상야구 게임을 시작했다. 그렇지만 야구부에 들어가지 못한 게 우리 생각보다 훨씬 큰 상처였던 것 같다. 딜런와 관심사가 서서히 야구에서 컴퓨터로 옮겨갔으니 말이다.

(지인의 딸이 보낸 편지) 괴롭힘의 절정은 제가 축구부 선수에게 강간을 당했을 때였어요. 가해자가 친구들한테 내 못생긴 얼굴만 아니었으면 '더 나았을" 거라고 떠벌리고 다녔죠. 엄마한테도 아빠한테도 이야기하지 않았어요. 며칠 전까지는요. 내가 왜 말하지 않았는지를 부모님이 아시길 바랐고 당신에게도 말하고 싶어요. 왜 딜런이 자기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았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거에요....나는 괴롭힘과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에서 엄청난 수치심을 느꼈어요. 제가 직접 경험해보아 아는데 아이들은 자기가 겪는 고통을 자기 탓으로 돌려요. 나도 사람들이 나를 이렇게 대하는 건 나한테 뭔가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엄마 아빠가 나를 자랑스럽게 여기길 바랐어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하면 부모님도 내가 보는 내 모습대로 나를 보시게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문제가 있고 못생긴 아이로요. 나는 아직 어린데다가 혼란스러운 상태라 나한테 가해진 일이 범죄라는 걸 인식할 수 없었어요.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괴롭힘이 더 심해지기만 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나는 나도 모르는 채로 살인자를, 그런 만행을 저지를 정도의 도덕적 방향감각이 엉망인 사람을 키웠다. 나는 바보고 등신이고 얼간이였다. 나는 애들과 함께 마리화나를 피우고, 노는 남자친구를 데려와 자기 애들한테 소개하는 쿨한 엄마도 되지 못했다. 나는 '저녁식사는 모두 모여서 해야한다, 친구집에서 자고 오려면 그 친구와 친구 부모님을 내가 먼저 만나봐야한다.'는 류의 엄마였다. 그래봐야 아무 소용이 없었지만. 딜런이 유치원다닐 때 슈퍼마켓에서 사탕 한개를 돈 안내고 집어왔길래 돌려주라고 다시 차를 몰고 슈퍼마켓으로 데려간 적이 있다. 점장이 그냥 가지라고 주는 대신에 진지하게 딜런의 사과를 받고 작은 손에 들린 사탕을 가져갔을 때 속으로 얼마나 다행스럽게 생각했는지 모른다. 친구 집에서 자고 온다고 할 때는 그 집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애들한테 어떤 영화를 보여줄 건지 물어보곤 했다. 좀 덜 폭력적인 걸 보여주라고 부탁한 게 한두번이 아니다. 내가 내 아들과 그 많은 사람들을 폭력으로부터 보호하는 데에 처절히 실패했음이 백일하에 들어났는데, 그런 노력들이 대체 무슨 소용이었단 말인가?

총격범인의 모습을 보여주지 말아야하고 특히 무기를 든 모습이나 학살 당시의 옷차림을 보여주지 말아야한다. 사용된 무기나 다른 증거물을 보여주지 않는다. 범인의 이름을 계속 반복해서 말하지 말고 대신 '살인범' 혹은 '범인'이라고 지칭한다...특히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를 강조하지 않는다. 투페키는 그런 수치, 곧 얼마나 많이 죽고 다쳤고 얼마나 많은 총알을 날렸는가 하는 수치와 사진이 특히 위험하다고 한다. 경쟁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폭력이나 사망자 수를 선정적으로 보도해선 안된다...가장 중요한 것은 의도치 않게 살인범들을 영웅으로 만들지 않는 일이다....이런 사건이 일어나면 어떤 무기를 썼는지, 무기를 어떻게 숨겼는지, 운명의 날 무슨일을 하고 무얼 먹었는지, 어떤 옷을 입었는지 등을 (거의 물신적으로) 세세하게 묘사하곤 한다...물론 이런 것들이 언젠가는 알려지게 되어있다. 그렇지만 이런 이미지와 세부사항들이 폭력을 부추기고 자극할 수 있다면 CNN에서 되풀이해서 방영하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그는 기자들에게 트라우마에 대해 교육하면서, 충격적인 사건을 선정적으로 다루지 말고 대신 사건에 대한 토론을 확대해 나가라고 조언한다....내가 여기에서 제안하는 바가 검열을 옹호하고 언론 자유를 억압하자는 것이 아니라 윤리적 보도를 요청하는 것으로 비쳤으면 좋겠다. (소설가 스티븐 킹은 학교 총기 사건 범인들이 자기 소설 <분노, Rage>를 인용하자 존경스럽게도 출판사에 요청해 소설을 폐간시켰다.) 딜런과 에릭이 학교 식당에서 군복 비슷한 옷을 입고 무기를 휘두르는, 감시카메라에 찍힌 사진이 아직까지도 콜럼바인 사건의 대표적 사진이다.

딜런이 에릭과의 관계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하기도 했었다. 특히 이 점에 대해 내가 부족했던 점이 나를 절망에 빠지게 한다. 3학년 때 두 아이가 문제를 일으켰을 때 딜런은 에릭과 거리를 두려고 애쓰며 나에게 도와달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끼리 암호를 만들었다. 에릭이 딜런에게 전화를 걸어 뭘 하자고 하면, 딜런은 "엄마에게 물어보고."라고 말하고 나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나는 전화기 너머로 들릴 정도로 큰 소리로 이렇게 말하곤 했다. "안 돼, 오늘밤에는 나가면 안돼. 오늘 방청소하기로/숙제하기로/같이 저녁먹기로 했잖아." 그때는 딜런이 거리를 두려고 한다는 것만으로 안도했다. 나는 아이들에게 비상사태 때 언제라도 나를 핑계로 대라고 말해두었다.....지하실테이프에서 에릭과 딜런의 역학을 보고 나자 그 일이 다른 관점에서 새로이 떠올랐다. 딜런은 잭이나 네이트, 로빈이나 다른 친구들과 같이 나가기 싫을 때에는 그냥 이렇게 말했다. "이번 주말에는 안 돼. 숙제해야 돼." 그런데 에릭을 거절할 때만은 내 도움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때는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딜런에게 "그냥 싫다고 하면 안돼?"라고 물을 생각도 못 했다. 딜런이 나에게 도와달라고 하는 게 현명하게만 보였는데 나중에야 무언가 훨씬 위험스러운 일의 조짐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너무 늦은 뒤에야 알아차렸던 것이다.

딜런은 유치원을 졸업한 뒤 축구를 안 했는데, 에릭이 여름방학 동안 축구를 한다고 하자 자기도 그 팀에 들어가겠다고 했다.....딜런은 잘 못했고 결국 딜런팀이 졌다...우리가 수고했다고 맞아주려는 순간 에릭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딜런에게 플레이가 그게 뭐냐고 침을 튀기며 불같이 화를 내고 폭언을 퍼부었다....딜런은 말없이 무표정하게 톰과 나 사이에서 걸었다....나는 속으로 차라리 딜런이 분노나 수치심을 인정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에릭이 그렇게 행동하면 기분 안 나쁘니?", "아뇨. 에릭은 원래 그래요." 차를 타고 집으로 가는 동안 나는 '엄마는 해결사' 모드로 들어갔다. 축구에 대해서는 쥐뿔도 모르면서 딜런에게 축구 실력을 향상시킬 이런저런 방법을 제안했다. 어쩌면 딜런의 수치심을 더욱 자극하는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입을 다물지 못하고 계속 떠들었다. 나는 학교 다닐 때 운동부에 가장 끝순위로 뽑히곤 했는데 그때 최고의 선수는 거기에 자기 목숨이 달린 듯이 공을 좆아다닌다는 사실을 배웠다고 했다. 결국 승리하는 사람은 가장 의지가 굳은 사람들이라고.....그 이후로 에릭을 절대 좋게 보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둘이 어울리는 걸 금지하지는 않았다. 우리는 딜런이 알아서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당연하지만 그 일 이후에는 우리가 두 아이를 무자비하게 갈라놓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두 연구자 모두 콜럼바인고등학교가 학문적으로 뛰어나며 매우 보수적이라고 했다. 우리도 아는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괴롭힘 문화가 만연한 학교로 묘사하기도 했다. 특히 운동부 학생 무리가 사회적 사다리의 아래쪽에 있는 아이들을 괴롭히고 모욕하고 육체적 폭력을 가했다...어느 날 딜런이 셔츠에 케첩 얼룩을 묻혀서 집에 돌아왔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도 대답하지 않고 그냥 "생애 최악의 날"이었다고만 했다. 계속 물었지만 딜런이 별것 아니라는 식으로 말해서 그냥 놔두고 말았다...이 사건이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일이었다는 보고가 있었다. 남자아이들 여러명이 딜런과 에릭을 조롱하고 밀치고 케첩을 뿌리면서 게이라고 놀렸다고 한다. 이 사건 하나만으로 어떻게 두 아이 사이에 치명적인 결속이 이루어졌는지를 설명할 수는 없을 테지만 이렇듯 굴욕을 함께 경험하면 유대감이 형성되기 마련이다...당연한 이야기지만 딜런이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굴욕을 당했다고 해서 딜런이 한 행동에 대한 책임이 덜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는 딜런이 종일 지내는 장소에 대해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를 잘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 뼈아프게 후회된다. 학교의 학업성취도 대신 학교 분위기와 문화를 아는데(그리고 그게 딜런과 잘 맞는지 파악하는데) 더 많은 시간과 관심을 쏟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사건 3일전. 프롬파티후) "보여드릴 게 있어요" 딜런이 주머니에서 스테인리스 술통을 꺼냈다. "그게 뭐니?"내가 물었다. "어디에서 났어?" 딜런은 주웠다고 했다. 안에 뭐가 들었냐고 묻자 딜런이 페퍼민트 슈냅스가 들어있다고 했지만 그 술이 어디에서 났는지는 말하지 않으려 했다. 내가 늘 읊는 술의 위험에 대한 잔소리를 늘어놓으려 하자 딜런이 손을 들어 내 말을 막았다. "저를 믿어도 되고 로빈을 믿어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었던 거예요. 오늘 밤에 마시려고 술을 담아놨어요. 아주 조금밖에 안 먹은 것 보이죠." 딜런은 나에게 술통을 주면서 자세히 살펴보라고 했다..."절 믿어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딜런이 말했다......이런 생각들을 정신과 의사에게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의사는 이렇게 말했다. "딜런이 솔직해졌는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지요? 어쩌면 어머니에게 인정을 받고 싶었을지도 몰라요. 그 뒤에 있었던 일과는 무관하게요."

도덕성, 공감, 윤리, 이런 건 한번으로 가르칠 수 있는게 아니라 아이와 함께하는 모든 것에 깃들어 있다. 나는 아이들에게 내 신념을 가르쳤다. 다른 사람을 대할 때에는 우리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대해야 한다고. 딜런에게는 딱히 용돈벌이 때문이 아니더라도 이웃집 마당일을 도와주어야 한다고 했다. 이웃이니까. 또 문을 열고 나갈 때 뒤에 누가 따라오면 문을 잡아주어야 한다고 가르쳤다. 그게 신사다운 행동이니까. 나는 기질적으로 가르치는 사람이다. 내가 알고 신경쓰고 소중히 여기는 것들은 모두 아이들에게 쏟아부었다. 슈퍼마켓에 갈 때도 그냥 냉장고를 채울 식품들을 사는게 목적이 아니라 아들들에게 신선한 사과를 고르는 법을 가르치고 사과를 기르느라 고생했을 농부들을 생각하고 과일과 채소가 건강하고 튼튼한 몸을 만든다는 것을 일깨우는 기회로 삼았다...계산할 물건이 한두개 밖에 없는 할머니에게 계산대 순서를 양보하고 계산원과 눈을 맞추고 예의 바르게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하는 것을 보여주었다....아이들이 크면서 방법은 좀 달라졌지만 아이들에게 하는 말은 달라지지 않았다. 야구시합 끝나고 집으로 오는 길에는 공감에 대해 이야기하며 스포츠의 근본적 메시지인 경쟁심을 상쇄하려고 했다. 상대팀의 아이들도 너와 똑같은 아이들이라고....모든 걸 잘한 건 아니다. 공부를 할수록 딜런에게 어떻게 했더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것들을 배워간다. 설교하는 대신 귀를 더 많이 기울였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할말이 없을 때 내 생각과 말로 빈 공간을 채우는 대신 말없이 같이 앉아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딜런의 감정을 달래려고 하는 대신 인정해주었더라면, 뭔가 느껴질 때에 '피곤해요, 숙제가 있어요.'같은 핑계로 대화를 피하더라도 받아들이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딜런은 1인칭 슈팅 게임인 <둠>도 했다. 나는 그 게임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게임자체보다는 딜런이 컴퓨터만 하고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을까봐 더 걱정했는데, 딜런은 그러지는 않았다. 내가 비디오게임에 대해 가진 불만은 주로 바보같은 시간낭비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딜런의 선량함에 대한 근원적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비디오게임에 대한 걱정도 옅어졌다...생각해보면 그게 착각이었다...듀이 코넬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담배 한 대 피운다고 폐암에 걸리지는 않지요. 또 평생 흡연을 해도 폐암에 안 걸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상관관계가 없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폭력적 오락이 난동의 충분조건은 되지 않겠지만 그래도 유해한 요인입니다."

나 스스로 위기를 겪다가 회복되고 나니 병을 감추는 일이 나를 얼마나 소외시켰는지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경험 덕에 엄청난 고통을 감추고 사는 다른 사람들에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병들 대부분은, 적당한 도움을 받으면 어느 정도 치료가 가능하다. 그런데도 필요한 치료를 받지 않으려는 사람이 많은 까닭은 부정적 인식 때문이다...누구나 이 병에 걸릴 가능성이 있고, 많은 사람들이 살면서 한번은 그런 일을 겪는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치아관리, 영양균형, 용돈관리의 중요성 등을 가르친다. 아이들에게 자기 뇌의 건강을 잘 살피라고 가르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자기 뇌건강을 건사하는 방법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나는 몰랐다. 내 삶에서 가장 큰 후회는 딜런에게 그걸 가르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