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 양희은과 악동뮤지션 2016/07/24 17:34 by 장딸

MB시절 중 어느날,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점심시간에 밥 대신 산책을 나섰다. 그런데 회사 바로옆인 국립극장앞에서 양희은님이 거리공연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거기다가 키보드를 치는 분은 그간 말로만 듣고 음원으로만 목소리를 듣던 신지아님이었다. 로또다!!!! 한시간 동안 행복하게 노래를 들었다. 신지아님이 화음도 넣어주셨다. 눈물이 났다. 목소리와 노랫말이 어쩜 그리 예쁜지. 그리고 어느날, 양희은님이 본인의 노래들로 뮤지컬을 만들어 동생인 양희경님과 무대에 오른다기에 바로 보러갔다. 또 눈물이 났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남편과 셋이 사진도 찍었다. 지금 후기를 읽어보니 이분 목소리에서도 정면돌파를 배우고 왔다. http://goo.gl/WFDLzR

회사생활을 그만두기로 했다가, 다시 발을 담궈버렸다가, 이제 정말 끝내고 싶다 하는데도 탈출을 못하던 때, 아침먹을 곳이 없어 간 맥도날드에서 악동뮤지션의 '인공잔디'를 처음 들었다. 딱 내 심정이었다. 햄버거를 씹는데 눈물이 났다. 이번 여름, 장기하와 10cm가 나온다는 음악 페스티벌을 예매해두었는데, 악동뮤지션이 다른 페스티벌에 나온다는 걸 보고 이전에 예매해둔 걸 취소하고 갈아탔다. 9월에 악뮤를 보러 간다.

나는 신해철의 뒤를 이을 주자로 악뮤를 꼽는데, 이유는 노랫말때문이다. 사랑타령, 아니 원래 사랑이란 참 이쁜말이고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인데, 그 귀한 것을 아무렇게나 써버리는 노래들이 싫었다. 아버지에 대한 노래, 동성동본금혼법에 대한 노래, 첫기타, 심지어 어린날 기른 병아리에 대한 노래를 쓰는 아티스트는 신해철 이후로는 보지 못했다. 메이저리그에 있는 가수들 중에서는 보지 못했다. 그런데 악동뮤지션이 나타난 것이다. 몽골에서 자란 이 친구들이 한국말을 이렇게 맛깔나게 쓰고 부른다는게 아이러니하다.

작년 이맘때쯤 라디오에서 양희은님의 신곡을 듣다가 차를 세우고 눈물을 양껏 흘린 적이 있다. 한데 그 노래를 얼마전에 양희은+악동뮤지션이 함께 불렀다는 것을 페북에서 보게 되었다. 며칠을 참다가 오늘 보았다. 그리고 이 글을 쓴다. 패널들과 관객들이 모두 훌쩍거리는데 그 눈물은 멜로디 때문인가, 춤때문인가. 노랫말 때문이다. 양희은님의 멘트대로 노래는 이야기다. 5년전 그분의 뮤지컬에서 알게 된 것이 있었는데 그 시절 가요제에서는 '가사대상'이라는 부문이 있었단다. 지금도 그런 것이 있어야 한다.

작년에 저 노래를 지인들에게 추천했는데, 그 중 여자 한분이 선영씨 어느 포인트에서 그렇게 운거야, 난 모르겠는걸, 하셨다. 나는 딱히 대답을 못했고, 내가 좀 유별난가보다 했다. 한데 이번에 악뮤와 함께한 버전이 공중파에 뜨면서 사람들이 보인 반응을 보니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그리고 오늘, 노래를 다시 듣다가 작년에 그 지인이 했던 질문에 대한 답이 퍼뜩 떠올랐다. 엄마에게 미안한게 많아서 그랬던 거였다.

덧글

  • 보름 2016/10/17 00:40 # 삭제 답글

    이 글을 이제 봤네.
    나 신지아님 완전 좋아해...
  • 장딸 2016/10/22 14:07 #

    능력자이신데 그걸 볼수가 없어 안타까운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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