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 2016/05/03 19:02 by 장딸

아름다운 걸 보면 눈물이 날 때가 있다. 잘 일어나지 않는 일인데, 오늘 그 일이 일어났다.

모든 대사가 참 좋았다. 한방 얻어맞은 뒤 헉헉거리고 정신차릴라치면 다음 대사가 또 날 친다.
좋았던 대목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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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실력을 쌓는 대신 물질을 얻으려고 애를 쓰지. 그런데 그게 행복할까? 내 주위에는 유명세를 얻은 친구들이 많아. 그들은 원하던 것을 얻었지만 괴로워해.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들 중에는 못되고 이기적인 사람들이 정말 많아요. 왜 그럴까요? 재능이 있으면 괴물이 되는 걸까요? 그건 유명세로 만들어진 상과 실제간의 갭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야. 그들도 그것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게 돼. 

음악에서 황홀한 경험을 맛보고 나면 그 어떤 물질적인 것에서도 만족감을 얻기 힘들어지지. 겉으로 번지르르한것들에 혹하지 않고 내면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줘.

좋은 음악교사란, 감정에 충실하게 따를수 있게끔 이끌어주고 독려해주는 사람, 그건 음악에서뿐 아니라 삶에서도 마찬가지야.

한국전쟁에서 행군을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쓰러지는 그 긴여정을 내가 무리없이 끝내는 순간, 내가 왜?란 생각이 들었다. 한데 깨닫게 되었어. 그건 음악가로서의 사고방식 덕분이었어.

혼자일 때가 가장 좋아. 

종교와 음악의 차이점은 믿음이 필요하냐 아니냐지. 종교는 신이라는 존재를 필요해. 그의 구원이 있어야만 하는 거지. 하지만 난 답이 우리 자신에게 있다고 확고하게 믿어.

내 나이가 되면, 사람들에게 그들이 듣기를 바라는 이야기를 해주지 않아. 있는 그대로를 이야기하는 것이 진정으로 그들을 존중하는 것이라는 걸 알게 돼.

유명세와 대중의 관심은 나에게 오히려 해로운 독이 된다. 그래서 난 무대위의 공포로부터 자유로워진 그 순간, 고별 무대를 준비했어.

하지만 선생님은 재능을 낭비하지 말라고 하셨잖아요.
그렇지. 그래서 나는 답을 찾았어.
내 재능을 너희들에게 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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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그대로 읊어주는 것 같았다.
물욕은 이미 진즉에 없어졌다. 물론 생계는 가능해야 한다. 그 이상은 필요없다는 생각에 일을 미련없이 놓았다. 일종의 은퇴였다. 배부른 소리한다고 할까봐 주변에 이야기는 안했지만, 정확히는 돈, 그리고 사회적인 입지에서 오는 자만심이 나를 망칠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멀쩡하던, 아니 꽤 괜찮던 사람이 돈으로 인해 망가지는 것을 보았다. 마지막 직장에서 어느분이 왜 그만두는지 진짜 솔직히 말해달라고 해서 '돈이 싫다'고 했다. 제조업체도 아니고 말그대로 '돈'을 벌어야하는 자리인데 돈이 싫다니. 그만둬야지.
많은 사람들이 내게 아깝다고 한다. 학력이나 경력을 보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정작 나는 아깝지 않았다. 마지막 세이모어의 심정이 나랑 똑같아서 정말 놀랐다. 내게 혹이라도 재능이 있다면, 그것을 아이들에게 주겠다. 

마리아 칼라스 안에는 두개의 자아가 있었다고 한다. 평범한 삶을 원하는 마리아와 마성적인 칼라스. 나 역시도 내 안에는 평범하고 좋은 엄마와 업계에서 잘나가는 커리어우먼, 두가지의 욕구가 있었다. 세이모어는 음악과 내면의 일치를 이루었다고 했다. 그의 삶을 보면 정말 그렇다. 나 역시도 유명세와 물질이 아닌 내면을 택했다. 

세이모어 아저씨와 나만 그런 생각을 한게 아니다. 이 작품을 만든 에단 호크도 꼭 같은 심정이었나보다. 그가 하는 이야기들도 콕콕 와서 박혔다. 이런 작품을 만들어 줘서 참 고맙다.

덤으로, 이 영화에서 한국, 거기다가 대구란 단어를 만날줄은 정말 생각도 못했네. 부처님같이 한결같은 세이모어가 감정적으로 흔들린 때가 딱 한대목 있는데 바로 그 대목에서였다. 전쟁은 그런 것이다.

아이들의 음악교육에 대한 이야기도 아주 좋았다. 큰아이의 피아노 선생님이 출산을 하셔서 잠시 그만둔다는게 손놓고 있었는데, 당장 내일 행동할 것이다. 이 영화는 나를 행동하게 만드는 영화다.
 

덧글

  • 지니 2017/04/18 17:43 # 삭제 답글

    라틴어 관련해서 찾다가 좋은 글도 보고 가네요.
  • 장딸 2017/05/06 12:19 #

    덧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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