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rivatives 2012/03/09 18:01 by 장딸

신혼집은 문래동이었다.
성장기는 단독주택에서, 대학때는 원룸에서, 직장다닐때는 오피스텔에서 살았던 나에게 아파트생활은 처음이었다.
15년된 아파트, 거기다 일층이었지만 살기 나쁘지 않았다. 지하철역이 가깝고 마트도 바로 앞에 있어서 편하게 살았다.
단 일층이라 마루엔 늘 커튼을 쳐야했고 겨울엔 추웠다.
그러다가 전세계약만료와 남편근무지가 바뀌며 이사를 하게 되었다.
남편도 나도 직장이 가까운 곳으로 위치를 정하고, 일층생활은 피하다보니 이번에는 꼭대기층에 가게 되었다.
밖에 다니는 사람들에게 보일 염려하지 않아도 되어 좋았으니 이번엔 여름에 많이 더웠다.
첫해는 어찌어찌 견뎠지만 이듬해는 못참고 에어컨을 샀다. 애기도 나오고해서.

두번째 집으로 들어가는 이사때, 나는 첫아이 임신 초기였다.
이사중에 너무 졸려서 아무데나 앉아 꾸벅꾸벅 졸다가 결국은 엎드려 잤더랬다.
안쓰럽게 쳐다보던 엄마가 기억난다. 이사는 엄마가 다 해줬다.
그 집에서 나는 혼자 밥을 지어먹고, 혼자 책과 영화를 보고 그러다 엉엉 울기도 했다.
임신을 하면 확실히 감수성이 풍부해지는데, 마침 그 당시가 남편이 가장 바쁜 때라 대부분 나 혼자 있어서 마음놓고 울었던 것 같다. 그렇게 열달을 채우고 아기를 낳고 이틀만에 집에 들어왔더니 엇. 갑자기 집이 좁아졌다. 아기야 걷지도 기지도 못하는 신생아지만, 조리해주러 온 친정엄마와 각종 애기용품이 더해지니 집이 좁게 느껴졌다.
그래도 얼마나 행복했던지. 아기가 하는 모든 행동들이 정말로 신비하고 황홀했었다.
친정엄마와 둘이 앉아 애기만 하루종일 쳐다보고 좋다고 웃고.

그집도 전세계약이 다 되어갈 즈음, 조금 더 먼 곳으로 집을 넓혀 갔다.
세번째 집으로 이사를 할 때는 또 둘째 임신중이었다. 이때는 친정엄마는 애기 봐주셔야해서 시어머님이 도와주셨다.
감사한 어머님들.. 엄마들이 없었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그래도 친정엄마와 시어머님은 다른지라, 그때도 임신초기라 서있기 힘들고 너무 졸리운데 어디 가서 잘 수는 없어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30평대로 이사를 하고나니 신세계였다. 이렇게 넓을 수가.
그 전에는 좁아서 한번밖에 해보지못한 집들이를 여기 와서는 n번을 했다.
밤에 잘 땐 세 식구 다 마루에 이불깔고 뒤굴뒤굴 잠을 자고. 여기서 둘째를 낳고 산후조리를 했다.
복직을 하고 새벽부터 첫째 어린이집으로 셋이 출근해서 빠이빠이하고 각자생활후 저녁엔 또 합체하기를 일년.

그러다가 이달말이면 또 이사를 간다. 1.5년밖에 안됐는데 간다.
회사를 옮겼는데 출퇴근 한시간이 넘는 곳을 다니자니 너무 힘이 든다.
이렇게 진빼느니 집을 옮기자 싶어 또 빚을 내서 이사를 가게 되었다.
어제 이사견적을 받고 서류에 싸인한 걸 이전것들을 모아둔 철에 넣다가 옛날집들 생각이 났다.
첫번째 이사는 77만원, 두번째는 95만원, 이번 이사비용은 무려 140만원이다.
지난번 이사와는 크게 달라진 것도 없는데, 이쪽 물가도 참 많이 올랐다.
그래도 몸으로 힘들게 해주시는 분들 labor fee는 깎으면 안된다는 게 어무이의 가르침.
지난번, 지지난번 둘다 엄마가 하라는대로 돈을 더 드렸다.

이번에는 좀 오래 붙어있어야할텐데. 이사비용과 각종 번거로움이 만만치않다.
그래도 직장 가까운데로 얼른 갔으면 좋겠다. 봄이 오면 애기들과 걸어서 한강도 가고, 꽃구경도 가고 그래야지.

덧글

  • 1mokiss 2012/03/16 13:16 # 답글

    저희도 한달뒤에 이사를 해야해요. 1년살고 내년 이맘이면 서울에 있겠지만, 저희도 이사비용이 높아져 놀랐지요. 절대적 공간의 크기도 중요하겠지만 짐의 다소에따라 확연히 달라지는거 같아요. 무사히 이사하시길-
  • 장딸 2012/03/18 21:28 # 답글

    앗 내년엔 서울 오시는군요! 저도 이사를 꽤 했더니 할때마다 늘어나는 짐이 보이네요. 이번엔 좀 버리고도 가고, 잎으로는 웬만하면 사지말자 다짐하게 되었답니다. 이사 잘 하세요! ^^
  • 김정수 2012/03/30 20:16 # 답글

    한강근처로 이사하시는군요.
    이번엔 오래 사세요.
    이사 자주하면 돈 많이 깨져요. 잘 모아지지도 않고.

    친정어머니. 시어머니 두분 다 마음이 따뜻한 분들이란게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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