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rivatives 아들에게 쓰는 편지 2012/03/04 22:26 by 장딸

바쁜 와중에도 짬짬이 드는 생각은 많은데 페이스북에 찔끔, 트위터에 찔끔 그러고있다.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 타임라인에 폐가 될까 해서 정작 내 생각은 못남기고 있는 것이다. 남들 일기는 꼬박꼬박보며 정작 내 얘기는 못남긴다는 기분. 개인적으로 페이스북은 '교환일기' 혹은 '공동일기'라 생각하는데 그래서그런가, 이걸 쓰자치면 누군가 마음에 걸리고, 또 다른 사안은 또 다른 그룹이 맘에 걸려 쓰다 지우고 그렇다. 자유전개로 적어놓은 글들이 메모장에서 썩어간다. 그러다가 아들에 의해 삭제.



역시 이 공간이 제일 편하다. 문제는 진득하게 앉아 쓸 시간이 없다는 것이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집에서 컴퓨터를 아예 안켜는게 몇년새 버릇이 되어 그렇지 스맛폰하는 시간은 만만치않다. 여튼 여기저기 쪼가리되어 흩어져있는 내 사고들을 이대로 흘러가게 놔둬야하나 그런 생각이 든다. 몇년째...



감동깊게 본 존 메이너드 케인스 전기를 보면 아버지의 편지가 자식교육에 매우 큰 역할을 한다. 물론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통신 접근성이 좋지만 그로 인해 오히려 서로의 생각을 피력하고 소통하기가 더 어려운 것 같다. 몇년전 어버이날에 박재동 화백이 부모님에 대한 짤막한 이야기를 하는데 부모님이 써주신 몇백통의 편지를 울며 보여주었다. 다산의 책을 몇권 사보았는데 아들에게 보낸 편지가 또 일품이다. 김구, 하물며 고조영래 변호사도, 문장가라면 모두 아들들에게 남긴 글이 꼭 있다. 케인스도 자식이 있었다면 명문을 남겼을 것이다.
피천득 선생님의 딸 서영이에 대한 글은 가장 감동적이다. 보스턴에서 유학할때 딸에게 보낸 편지도 백미.



두 아들을 외갓집에 보낸 직후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여의도우체국에 가서 몇년만에 우표를 샀다. 270원짜리 스무장. 매일 장이 끝나면 열나는 머리로 편지를 쓰기 시작하는데 마지막엔 늘 마음이 평온해진다. 몇줄 되지도 않고 시작과 끝은 거의 똑같은데도 그렇다. '사랑한다'는 맺음말, 그 효과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첫째 아들은 얼추 글자를 다 읽어서 매일 편지를 기다린단다. 하루는 바빠서 우체통에 못가 다음날 두개를 한번에 부쳤더니 아들의 민원이 대단하다. 나름 반듯하게 쓴다고 했는데 하도 오랜만에 손글씨를 쓰니 왕년의 글씨왕도 어쩔수가 없다. '그동안'을 아들이 '2동안'으로 읽더라며 할머니도 글씨 똑바로 써달라고 민원 넣으셨다. 270원과 약간의 수고로 이런 추억을 얻을 수 있다니. 요즘 길거리에 우체통이 없어져 우체국까지 가야하지만 매일 편지부치러 가는 그 길이 즐겁다.


덧글

  • 1mokiss 2012/03/05 23:07 # 답글

    참으로 대단한 추억을 만들어 주시고 계시네요. 저희 아이들은 아직 글을 읽지 못해 그저 매일 책이나 읽어주고 동네 한 바퀴 돌고 먹고 자고 하기만 해도 하루가 금방 지나는데, 편지라는 것은 참으로 큰 힘이 있는 것 같아요. 마음이 푸근해집니다!
  • 장딸 2012/03/06 12:36 # 답글

    저도 아이디어만 있을때와 달리 실행해보니까 제가 치유받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지금도 편지 부치고 가는 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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