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커넥션,잡식동물의 딜레마,아프리카 구호활동의 진실은
1.2004년 겨울에 뉴욕에 계약서 싸인하러 갔다 돌아오는 길, 라구아디아 공항에서 당시 히트작이었던 Fast food Nation을 사 보았다. 거기서 You are what you eat이라는 문구를 보고 꽤 와닿았는데 오늘 낮에 서점에 갔더니 이 문구로 마케팅하는 책이 있었다. 바로 "잡식동물의 딜레마"였다. 앞부분만 봤는데 키워드로 옥수수를 하도 강조해놨길래 이게 뭐냐- 했는데 오, 의외였다. 우리가 먹는 식품의 대부분은 옥수수로 설명할 수 있다는 거였다. 뭔가 재미난 게 있는 것 같은데 시간이 없어 제대로 못 보고, 다음을 기약.

2.지식채널e를 아예 쌓아놓고 몰아서 보던 중에 이게 나왔다.
이런 식의 접근(축구공만드는 아프리카 어린이, 스타벅스에 의해 착취당하는 커피농가 등)이 유행탄지도 이미 꽤 됐는데
그래도 한 번 올려보자면-



어느 게 진실일까.
나는 개인적으로 햄버거는 거의 먹질 않고 
원래부터 "푸성귀"신봉자이나, 뭐 꼭 저런 거창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푸성귀가 맛있을 뿐.


3.짐 로저스가 오토바이를 끌고 90년 초에 세계일주를 한 책과, 10년 뒤 자동차로 다시 세계일주를 한 책을 보고 있다.
이 사람 글이 그나마 가장 신빙성이 있는 글인 것 같다. 가끔씩은 몰인정하지만, 팩트에 감정을 실어 얘기하지는 않는다.
그의 말에 의하면, 아프리카 원조자금은 모두 부패한 관료들에게 돌아갈 뿐만 아니라, 주민들에게서 갱생의지를 뺏아간다는 거다.

무상식량지원이라는 형태로 에티오피아에 쏟아지고 있는 엄청난 원조는 서방언론에 기근이 처음 보도된 이래 계속되고 있다. 우리가 랄리벨라에 머무르던 날 매달 들어오는 원조물자가 도착했다. 인근의 거의 모든 농촌지역에서 사람들이 당나귀를 타고 도시로 왔다. 정확히 말하자면 당나귀를 타고 도시까지 온 게 아니라 근처까지만 왔다. 더 가난한 사람일수록 더 많은 식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아무도 자기 재산을 보여주려고 하지 않았고 그래서 전부들 도시로부터 3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당나귀를 매어둔 채 나머지 거리는 걸어서 왔다...이런 일이 진행되는 동안 랄리벨라 주변의 기름진 들판은 그냥 놀려지고 있었다. 아무도 더 이상 농사를 짓지 않았기 때문이다. 에티오피아의 한 세대 전체가 농사짓는 법을 배우지 못한 채 성장했다. 필요한 식량을 구하려면 농사를 짓는 대신 매달 도시로 나가 당나귀를 멀리 매어둔 뒤 식량을 받아오면 됐다.

"자, 한번 시장으로 가서 당신 어머니가 다니는 교회에서 아프리카에 보내준 물건들을 구경하지"
앞서 세네갈을 여행할 때 내가 페이지에게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페이지의 대답이었다. 나는 미국의 자선단체에서 보낸 옷가지들이 어떻게 암시장으로 흘러드는지 그 과정을 포함해 거대하게 얽혀있는 속임수를 설명했지만 페이지는 처음에 내 말을 믿지 않았다. 내가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각국의 시장을 그녀에게 보여주자 비로소 그녀도 곧 자선행위는 "미국 내에서 시작돼"이곳에 와서는 끝난다는 사실을 이해했다......이런 물건들이 아프리카에 도착하는 순간 자선물자가 아니라 판매용상품으로 둔갑해버린다. 자선물자는 단순히 중간에서 이런 물건을 상업용으로 둔갑시키는 기업가들의 배를 불려주는데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지 의류업자들의 사업기반을 파괴해버린다. 현지 의류업자들은 도저히 경쟁할 수 없다. 더구나 의류업자들에게 원재료를 공급하는 직물업자와 실을 뽑는 사람들, 면화생산업자 등도 모두 경쟁력을 잃게 된다....
사실 미국인들에게는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섬유산업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는 것보다는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티셔츠를 주고, 그들을 의류사업에서 내쫓는 게 더 나을 것이며, 그런 점에서 미국인들은 더 많은 옷가지들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인들이 입던 티셔츠를 교회에 기부하고 이로 인해 아프리카의 의류업자와 직물업자들의 사업 기반을 잃는 과정은 미국 정부가 랄리벨라 사람들에게 무상으로 식량을 보내 농민들의 기억에서 농사짓는 기술을 지워버리는 것이나 똑같다.

NGO는 이제 큰 사업이 됐다. 부패한 정부로 인해 생겨나 막대한 자금동원력을 갖게 된 NGO는 해외 원조와 부패한 정부 사이에 개입하는 수많은 중개인들을 양산해냈다. 또 관료들과 현지 기업인들도 원조 자금이 다 사라지기 전에 제 몫을 챙겨간다...우리가 본 바로는 대부분의 해외원조자금이 외부 컨설턴트와 현지 군대, 부패한 관료, 새로운 NGO 사무직원, 메르세데스 딜러의 수중으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세상에, 도로마저 제대로 없는 곳에도 메르세데스 딜러는 있을 정도다.


소싯적, 한비야님에게 감화되어 나도 뭔가 액션을 취해야 하지 않을까 한 적이 여러번 있었는데, 이걸 보면 또 헷갈린다.
위 메세지는 내가 즐겨쓰는 "독사과"이론과도 통하는데, 세상에 공짜란 없으며 공짜는 사실 0가 아닌 오히려 마이너스(정신적 해이 및 상대방에 대한 부채감)를 내게 주는 독사과이니 절대 먹지말자 뭐 그런거다.

하지만, 이것도 진실은 모르는 거지.
손 놓고 구경만 하는 게 마냥 좋은 것도 아닐 것이고.
역시 결론은 그저 내 위치에서 푸성귀나 뜯으면서 열심히 사는 것인가?
아프리카의 장래를 믿고 있는 짐로저스의 주장은, 
"모든 부채의 탕감, 대신 더 이상의 해외원조는 없다는 조건, 혼자 힘으로 생존할 수 있도록 제발 내버려 두기"이다.
음, 내 결론보다는 훨씬 그릇이 크다. 역시 사람은 크고 봐야하는 것인가.

+짐로저스 글을 보다 보면 돈만 많은 사람은 아니고, 위에서 말한 독사과 이론 외에도 나와 비슷한 생각이 많아 반가운데
딱히 "좋다!"라고 하며 팬노릇은 차마 못하겠다.
이게 바로 "거짓말의 진화"에서 읽은 부조화인가?
(이책도 왕추천! 조만간 서평 올리리-근데 이책에 의하면 독사과도 좀 먹어줘야 한단다.충격 심히 받고 아직 결론은 오리무중)
by 장딸 | 2008/03/29 23:44 | 오감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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